대구유일 동물장묘업체 가보니…月 100여건 장례 “절차 사람과 다름없어요”

  • 손선우,김형엽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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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1 07:42  |  수정 2016-08-11 07:42  |  발행일 2016-08-11 제11면
“혐오시설 따가운 시선 힘들어”
대구유일 동물장묘업체 가보니…月 100여건 장례 “절차 사람과 다름없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장례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대구러브펫의 반려동물 추모관.

“너와 함께했던 시간, 너무 행복했단다. 고마워, 내 곁에 있어줘서. 하늘나라 가서 잘 지낼거지?”

지난 2일 오후 1시쯤 대구 달서구 장동 ‘대구러브펫’ 장례식장. 입구 한쪽 벽면에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주인의 애틋한 심정을 담은 글들이 눈길을 끌었다. ‘덕이’ ‘용이’ ‘몽실이’ 등 생전 주인이 붙여준 동물들의 이름과 사진도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은 대구지역에서 유일하게 정식 등록된 동물 장묘업체다.

2014년 3월 문을 연 이곳은 매달 100여건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반려인 1천만 시대를 맞아 함께 지냈던 반려동물의 마지막 가는 길을 살뜰히 챙기는 주인이 늘면서 동물장례산업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집에서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 산에 묻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고 공공장소에 매장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이 기르던 반려동물을 폐기물 처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장례식장을 찾는 사람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반려동물의 장례식 절차는 사람의 의식과 거의 비슷하다. 영정사진을 만들어 추모를 준비하고, 염습과 입관 후 추모제를 한다. 식이 끝나면 이승을 떠나는 최후의 절차인 화장을 한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는 화장장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치른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 장례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구러브펫이 문을 열 때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동물장묘업이 생소하다보니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 혼선이 생긴 데다 혐오시설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대구러브펫 관계자는 “업체 부지를 선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개장하는 데 4년이나 걸렸다. 막상 문을 열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동물장묘업체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당시 반대 민원이 빗발쳤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고, 반려동물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키우려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면서 “동물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수요 증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김형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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